올해는 정말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던 한 해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학교를 다니고, 개인프로젝트를 4개나 했고, 남 도와주는 일까지 3~4개 정도 했던 것 같다.

작년에 인생이 너무 잘풀리고 있고 난 존나 짱이다. 라고 생각해서 자의식이 폭발해 이것 저것 덥석덥석 일을 잡아 물었는데 올해 연말까지 정리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가 너무나 사랑하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일이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뭉쳐서 게임도 좀 만들고, 아는 사람이라고 할만한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개인 프로젝트나 시간을 내어 공부하는게 많이 힘들었고 부족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겠다.

어쨌든 올해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서 나를 때려보자.

물리 엔진 개발

올해는 항상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수학과 물리라는 거대한 지식의 벽에 막혀 지레 겁을 먹고 손을 못대고 있던 물리엔진 개발을 해보았다.

해보면서 이것 저것 많이 배우게 되어서 참 도움이 많이되었다.

데모들

회사 업무에서도 물리에 대해 생각해야하는 작업이 2~3 개정도 있었는데 마침 물리엔진을 만들던 때라 생각이 이어지듯 꽤 빨리 해내서 뿌듯했다.

모든걸 다 내가 직접 개발한건 아니고 책을 보며 이것 저것 좀 다른 시도를 섞는 정도여서 학습적인 도움은 많이 되었지만 뭔가 아쉽다. 바빠서 책을 다 끝내지도 못해서 내년엔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

근데 확실히 나의 경우엔 엔진쓰면서 정말 쓰는 기능만 쓰고 나이브 해지는게 있는데 이런거 공부하면 너무 재밌다.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면 일정 수준 이상은 맛을 기대하지 않게되지만, 직접 음식을 만들어먹으면 맛은 가챠를 돌리듯 불안하지만, 내가 만들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 기분이 좋아지듯 (나만 그런가?) 근본적인 기술을 직접 만들어보면 상당히 만족감이 높고 재밌다.

시간만 좀 더 넉넉했으면 다 봤을텐데 흑흑…

학사 졸업

드디어 졸업했다.

코로나 덕분에 원격 수업을 했는데 꽤 괜찮았다. 미래는 정말 다 원격 수업이 되지않을까 싶다. 굳이 가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매끄럽게 운영되었던 것 같고 직장인들도 회사와 협의만 된다면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근무 시간중에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는데 너무나 감사했다.

졸업하며 이득우 교수님 수업에서는 GPU 가속 없이 CPU 처리만으로 렌더링 하는 소프트 렌더러를 간단히 만들어 보았고, 이범로 교수님의 개인 프로젝트 수업에서 위에서 언급한 물리 엔진을 만들었다.

종강때 위의 결과를 끝으로 학기가 끝났는데, 실제 렌더링에 필요한 모델 임포팅이나 스키닝, 라이팅 등등이 시간 부족으로 못배우고 끝난 것들이 내심 아쉽다. 그래도 마지막 학점으로 4.18 받고 졸업하니 꽤 후하게 받은 것 같다 ㅋㅋ;

퇴사하며,

1년 반동안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할 말이 많지만 딱히 하고싶지 않다. 여전히 이 회사를 다녔던 것은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내가 창업을 해서라도 만들어보고싶었던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그리고 멋진 분들과 같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시간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음을 위해 떠나야 했다.

처음으로 회사를 다녀보니 역시 내 단점은 정이 너무 많다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는 지금까지 내 이익만을 쫒아 행동을 많이 했었고, 나의 성공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피하고 무시하며 살았던 것 같아서 스스로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도 공동체를 위해 뛰어들고 나만이 아니라 조직을 위해 무언가 포기할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했던 것 같다.

지금은 이렇게 헤어지지만 이 좁은 업계에서 언젠가 또 만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덜 아쉬운 것 같다.

모두 언젠가 또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새로운 시작

퇴사를 하고 1월 1일이 이제 코앞이다.

일단 당장은 한 3달 정도 공부하며 쉬려고 한다. 회사외에 올해 태어나서 이렇게 바쁘게 살 날이 또 있을지 싶을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왔던 때가 많았다.

건강하지않으면 일하기도 힘들다. 처음엔 그냥 하는소리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계속 앉아서 머리쓰는 일이 직업인지라 허리도아프고 어깨도아프고 손목도아프고 눈도 따갑고 하면 집중하기 진짜 힘들다;;

다이어트도 좀 하고, 살 좀 빠지면 옷 입는 것도 좀 다시 배워야겠다 ㅋㅋㅋ 너무 직업적인 일들로 몰입해서 한 해를 보내다보니 주위 사람들과도 연락이 뜸해졌는데 최근에 다시 연락을 돌려보니 반갑게 맞이해주고 약속도 잡은 친구들이 많아서 아직은 그래도 꽤 잘살았구나 싶다.

일단 공부하며 개인 프로젝트로 만들고 있던 Project 必生道(필생도) 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기를!

개인 프로젝트들과 이제 하고싶은 것들

가장 최근엔 Play Station 5 컨트롤러인 Dual Sense 컨트롤러를 언리얼에서 아예 지원을 안해서 Adaptive Trigger나 Rumble Motor, Touch Pad Gesture 같은 기능들을 모두 포함한 플러그인을 개발중이다.

이 외에도 했거나 하고있는 것들을 대충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 아주 작고 소중한 물리엔진 개발
  • 한따까리 하게 생기고싶은 TPS 게임 프로젝트 Project : 必生道
  • 마진콜 4번 쳐먹어서 키보드 한개 뿌신 비트맥스 봇
  • 정말 작고 쓰레기같고 기능도 별거 없는 디스코드 노션 봇
  • 코드 짱 더럽고 물건도 제대로 못사고 PS5 놓치고 현타와서 바로 휴지통에 버린 쿠팡 매크로
  • 이외 아주 짜잘한 언리얼 POC 프로젝트들

근데 이제 퇴사까지 하고나니까 하고싶은게 많다. 일단 여기다 질러놔 보겠다 ㅎㅎ

  • zi존 쩌는 빅 김치 웨일 일루미나티 퀀트 트레이딩 봇 (노빠꾸 봇)
  • 눈부시게 빛나는 찬란한 내가 원하는 기능만 있는 PDF 뷰어
  • 위의 PDF 뷰어의 정기를 이어받아 병신같지만 재밌을 것 같은 돈받고 팔만한 TODO 리스트 독촉 서비스
    • 진짜 했냐고 안했냐고 회원 5명정도만 받고 1주일 정도에 한번씩 전화해서 독촉하는거임 개쩔지않음?
  • 소니 대표 책상 위에서 같이 탭댄스 추면서 독점계약 싸인 할만한 Dual Sense 패드기능 진국으로 우려낸 작은 쿼터뷰 게임
  • 한따가리 하는 TPS 게임
  • 간지쩔게 살아숨쉬는 풀 딥러닝 때린 import tensorflow as tf 한줄만 넣고 빡대가리라 만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내 취향 EDM 음악 생성 모델
  • 유튜브 시작하기 (강의 제작 및 개발 스트리밍)
  • 등등

뭐 시간도 넉넉하고 돈도 쬐끔 있는데 뭐든 일단 해보자 ㅎ

투자

올해 초에 테슬라에 거의 전재산을 투자했었고, 액면분할과 일론형의 이벤트 불장을 경험하고 나니 재산이 꽤 풍족해졌다. 중간에 유전자 가위쪽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도 매수했는데 이것도 엄청 잘됬다. 나머지는 뭐…. 그냥 가고 있다고만 해두자.

사실 코인하다가 주식 하기 힘들다. 코인판을 넘어 코인 옵션판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주식의 심심함이 매우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근데 확실히 빗맥에서 100배 레버리지 꽂아넣고 하는 뽕맛은 없으나 뭔가 실질적인 기업에 투자를 한다는 그 나름의 느낌 그리고 잘나가는 테슬라같은 주식에 함께 하고있다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분석이고 뭐고 이제 그런거 난 잘 모르겠고 걍 마음에 들고 미래가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깊은 생각 없이 투자했다. 그냥 운과 분위기 그리고 믿음으로 이정도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냥 회사원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어느정도 투자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편인데, 최근에 크게 틀어지는 일을 한 번 겪고 나니까 이젠 그냥 나부터 잘하자 라는 마음으로 험블하게 살아야겠다..ㅠ

아무튼 천슬라 가즈아~!!!!!

공부

이게 언제나 핵심이다. 회사를 다니며 내 부족함을 꽤 많이 느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난 회사 일을 못하지는 않았지만 잘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좀 더 풀자면 회사에서 시키는건 거의 빠짐없이 다 해냈다.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가는 때가 있더라도 결과는 꽤 봐줄만 하게 나왔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특정 분야에 대해 더 알았다면 더 간단하거나 쉽게 해낼 수 있었던 일들을 알고 있던 지식만으로 다르게 풀었을 때 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쉐이더, 수학, 분석력 이 3가지 항목에 대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이 3가지 부족한 부분을 빨리 채워넣고 싶다.

학교탓을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내가 나온 학교는 컴공 같은 기초나 근본적인 학문보다는 게임 엔진을 사용하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응용위주의 수업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자료구조나 알고리즘 네트워크 등등에 대해서도 배우지만, 게임 만드는 것과 근본 지식에 대한 학습 두가지를 동시에 해야한다면, 더 애착이 가고 재미있는 쪽은 누구에게나 게임 개발일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학교에서 졸업작품을 할 때 까지만 해도 당장 회사로 뛰어들어가서 일 할만큼은 배웠다고 생각했고 학교에서 배울건 그래도 다 배웠다 싶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현실들은 코딩테스트와 기술 면접이라는 생각하지 못했던 산을 넘어가야하는데 이 때 나는 컴퓨터 공학과를 가야했던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나는 그래도 조금씩 준비를 했었기에 당시에 긴장을 했던 때를 빼면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배우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학교 후배님들께 전해주고 싶다. 하지만 회사일하고 이런쪽을 안본지 오래되니 다시 코테는 잘 못풀겠다 ㅎ 다시 공부해야지… ㅠㅠ

최근 내가 다니던 학교의 교수님이셨던 정종필 교수님께서 다시 회사에 돌아가시며 한 말이 있는데 이게 내 20대의 나날에선 절대 땔래야 땔 수 없는 핵심일 것 같다.

http://gamefocus.co.kr/detail.php?number=112515

마음이 움직이면 갈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하시고 공부하세요

정종필

마음이 움직이면 갈 수 있도록. 그니까 어딜 가든 1인분을 할 수 있고 그걸 넘어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공부하자.

ADHD

난 아주 예전부터 내가 ADHD가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항상 집중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흥미가 없는 일이라면 손이 가질 않았다. 마치 같은 극의 자석을 억지로 붙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병원도 찾아갔지만 대부분 상담 이후 ADHD가 아니라고 했었다. 검사를 받자니 진짜 ADHD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과 정신과라는 듣기만해도 사회적으로 거북한 이름의 병원 그리고 약을 복용하는 나를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판도라의 상자라고 말하고 다니던 ADHD 검사를 몇달전 받았다.

결과는 ADHD가 맞았고, 그 앞에 하나의 쓸모없는 접두사를 굳이 붙혀보자면 고지능 ADHD 라는 것이었다.

처음 찾은 병원에서 웩슬러 지능 검사를 받았고 종합 지능 137점으로 꽤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고 해주더라.. 근데 난 하나도 못느끼겠는데 말이다. 내가 정말 저 지능을 갖고 있다면 이렇게 멍청하게는 안살것 같은데말이다 ㅋㅋ…

처음 찾은 병원에서는 ADHD가 의심된다고 하긴 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보니 CAT 검사라는게 더 확실하다고 해서 교차 검증을 위해 회사 근처의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이때 정말 충격받은게 ADHD가 확실하다고 못박는 결과지를 받았다.

마지막 테스트들이 정말 복잡하고 어려웠는데 고작 이런걸로 어떻게 평가를 한다는거지 싶을 정도로 쉬웠지만 어려웠다.

아무튼 ADHD 판정을 받고 콘서타라는 약을 받아 복용해봤는데 복용을 시작하고 한 두달 정도 정말 효과가 있다고 느낄 정도로 생각이 금방 정리되고 그 생각이 실행되었다.

하지만 약을 먹는것에 대한 회의가 자주 들어 요즘은 복용을 안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본인도 ADHD가 의심된다고 생각한다면 CAT 검사 정도는 한 번 받아보길 바란다.

이걸 늦게 알면 알수록 심적으로 아쉬움과 잃어버린 10년 드립이 생각날정도로 좀더 일찍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ㅠㅠ

결론 및 정리

좀 쉬자. 진짜 좀 푹 쉬자.. 그리고 공부를 쥰나게 하자. 그래서 하고싶은걸 하자.

IQ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겉치래용 숫자이다. 멘사니 뭐니 현혹되지 말자. 능지 딸려도 본인이 하고싶은 일을 해라.

실력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 빡시게 노력하자. 그리고 잘하자. 열심히는 포장이고 내용은 실력이다.

투자를 잘하자. 평범한 회사원은 감옥이다 탈출하자. 존나 쩌는 회사원이 되던지, 사장이 되던지.

좆밥이 되기 싫다면 당장 일은 하더라도 투자를 하던지 아니면 창업에 대한 불씨를 항상 키워두자.

환경과 장비를 탓하지 말자. 결국 할놈은 한다.

개인 프로젝트를 하자. 그것도 열정을 겻들인..

새해 복을 많이 받쟈 ㅎㅎ

그리고 가족은 있을 때, 아낌없이 사랑하고 효도하자. 진심으로.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싶다.

아무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__)